이 책을 처음 받아들었을때, 예전에 읽었던 '경제성장이 안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 라는 책이 떠올랐다.
접근은 사뭇 다르다. 1.'제로 성장 시대가 온다'에서는 더 이상 지속적인 경제성장의 사회는 불가능 하다라는 전제에서 이야기를 시작하고, 2. '경제성장이..'에서는 경제성장과 사회구성원의 풍요는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으로 화두를 꺼내는데 결국엔 비슷한 결과의 도출인 셈이다.
이 책(제로 성장 시대가 온다)에서는 지속적인 경제성장이 왜 불가능한가를 (아주 열심히)설명하고 있는데..
본인은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이루는 것이 가능하다 하더라도 그것이 결코 긍정태의 것이 아니고, 또 경제성장과 여부와 상관없이(영향을 덜 받고) 개별적으로 풍요롭게(물질적 풍요가 아니고) 사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을 궁리하는 사람이라 뭐 이리 설명이 길어..그래서 어쩌라고 싶었다.(이 책의 저자야 물론 전 사회적인 시스템을 두고 이야기한다.)
아마도 저자가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지속적인 경제성장이 불가능함을 독자들에게 설득시키려함이 대부분인지도 모르겠다.
책에서 내놓은 제로 성장시대에 대비한 내용에 대해서는 그게 답인지 뭔지 난 모르겠다.
설득력이 없다거나 내용이 모호해서가 아니라, 내 개인의 삐딱한 염세적 태도와 지식부족으로 인한 판단의 불확신에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껏 살아온 시스템이 그렇지 않은데 그게 될까..앞에 빙산이 있다고 알리면 타이타닉을 멈추게 할 수 있을까 싶다.
이런 생각은 나만 하는 것은 아닌가 보다. 고종석 작가가 이 책에 대해서 트위터에 쓴 글을 옮겨본다.
리처드 하인버그의 <제로성장 시대가 온다>를 읽었다. 이미 <녹색평론>에 세뇌된 바, 생태경제학 담론을 망상으로 보진 않는다. 이런 류의 텍스트들엔 등장인물들도 똑같다. 예컨대 도넬라 메도우스, 콜린 캠벨, 제임스 캔터, 피터 빅터 등.
그런데 어쩌잔 말이냐? 이런 식의 협박담론(진실일지라도)의 실익이 뭐냐? 이런 말들 들으면 호모사피엔스의 사고방식과 생활방식이 달라질 것 같은가? 생태경제학자들의 처방을 따라도, 인류의 멸종을 그저 조금 늦출 수 있을 뿐이다.
그리고 그 늦춤이 인류 자신이나 지구(생태계)를 위해 꼭 좋은 일인지도 확신이 서지 않는다. 그냥 지금보다 자원의 배분과 부의 분배에만 신경을 더 쓰면서, 지금껏 살아온 대로 살다가, 먹을 거 다 떨어지면 멸종하자. 구질구질하게 발버둥치지 말고. 이러나 저러나 인류의 멸종 멀지 않았다. 존속하는 동안 동종끼리 되도록 사이좋게 살다가 조용히 사라지자. 인류의 탄생과 멸종이라는 거, 지구 역사에선 한 순간의 에피소드에 지나지 않는다. 백년 뒤 열종하나 만년 뒤 멸종하나 그게 그거다.
인류가 앞으로 어떤 형태로 살아가든 30세기를 맞는 건 불가능하다. 존속하는 동안 착하게, 그러나 자유롭고 풍요롭게 살자!
하지만...
앞에 언급한 것 처럼 저자도 꼭 어쩌자는 것을 강조하고 설득하려는 것이 아니라 현제의 상황을 올바로 직시하자는 것에 있지 않을까. 적어도 이게 선결의 문제이니까.
지속적인 성장이 불가능 하다는 인식만 보편적인 것이 된다해도 세상은 바뀌지않을까.
영화 '최종병기 활'을 보면 두려움을 직시해야 두려움을 벗어날 수 있다는 말을 아버지가 아들에게 남긴다. 이 대사가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