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책

금융공황과 외환위기 - 자본주의 역사를 외환시장 제도를 통해 풀어본 책

억스리 2012. 1. 16. 18:26

[출처] http://estin.net/forum/book/id/829

 

(저자 차명수 | 출판사 아카넷)


오늘 제가 소개할 책은 차명수 교수님이 지은 "금융공황과 외환위기(1870~2000)"란 책입니다.  책의 제목이 의미하는 것처럼, 지난 1870년대 금본위제도의 도입부터 최근 아시아 외환위기 및 유로화의 출범까지 130년 동안 전세계경제 그리고 석학의 고민거리가 되어온 외환시장 제도에 대한 해설서이자 역사서가 되겠습니다.

감히 말씀드리자면, 제가 지금까지 읽은 책 중에서 10위권 전후에 놓을 수 있는 명저라고 말씀 드릴 수 있겠습니다.  단 경제적인 지식이 조금은 있어야 합니다.  특히 제 1장 돈과 권력 부분의 논의는 먼델-플레밍 모형(Mundell-Fleming Model)에 대한 어느 정도의 이해가 있어야 가능하다고 하겠습니다.  대신 이 부분을 통과하고나면 이후 글의 전개과정을 따라잡는 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예전 거시경제학교과서에서 배웠던 '죽은 이론'이 이 책에서 살아 움직이며, 또 우리의 현실로 다가오는 데.. 저는 대단히 큰 지적 즐거움을 느꼈습니다.  "화폐전쟁"류의 음모론 책만 읽을 게 아니라, 이런 좋은 책 읽으시면 현대 자본주의에 대한 이해가 더욱 깊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조금 길지만 1장의 핵심 부분을 인용해보겠습니다.

(한국처럼) 외국과 활발하게 무역을 하고 자유롭게 자본을 이동시키지만, 노동력의 이동에는 제약을 가하는 작은 나라를 생각해보자.  (2008년 말처럼) 어느날 이 나라의 수출이 급격히 감소되었다. 수출감소는 고용과 총산출(GDP)의 감소를 가져오고, 이에 따른 화폐수요의 감소로 금리가 크게 떨어지며 대규모 자본유출이 발생했다고 가정하자.  

경상수지의 악화와 자본수지의 악화로 외환공급이 크게 줄어들것이며, 당연히 균형환율은 상승하게 될 것이다(통화의 평가절상).  만일 고정환율제도를 채택하고 있다면, 이 나라의 통화 당국은 보유하고 있는 외환을 시장에 내다 팔고 자국의 통화를 거두어 들여야 한다(환율을 유지하기 위해).  그 결과 통화공급이 감소하면 총수요가 더욱 감소하므로 산출이 더욱 감소하고 실업이 더욱 늘어난다(
1997년 한국 상황이 여기에 해당되겠지요).

반면 통화당국이 통화 가치 하락을 내버려두는 변동환율제도를 채택하고 있다면, 이 나라의 상품 가격 경쟁력이 강화되어 수입이 감소하고 수출 수요가 증가한다.  또 통화 당국이 고정환율 제도 유지를 위해 통화공급을 감소시키지 않아도 되므로 수출 수요의 감소에도 불구하고 총수요는 감소하지 않고 국내 경기도 위축되지 않는다
.

이 짧은 분석 만으로도 한국경제가 겪었던 최근 외환시장 상황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가는 듯 합니다.  물론 이 짧은 분석 만으로 외환시장의 제도와 경제의 구조를 이해할 수는 없지만, 왜 외환시장 제도의 변화가 경제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지는 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위의 사례는 변동환율 제도의 우월함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되겠습니다만, 변동환율제도는 고정환율제도에 못지 않은 다양한 문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 제 5장에서 다음과 같은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변동환율제도의 이런 장점은 그러나 단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여러가지 충격 때문에 환율이 연속적으로 변동하는 상황 아래에서는 무역 등의 수익을 예측하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고, 따라서 환율 변동 때문에 국제 무역이나 자본 이동이 위축될 수 있다.  유럽의 여러 나라가 결국 고정환율제도라 할 수 있는 단일통화(Euro) 체제를 출범 시킨 이유가 여기에 있다.

둘째, 변동환율 제도 아래에서 정부가 대외 균형 유지에 얽매이지 않고 통화공급 증가 등을 통해 경기를 회복시킬 수 있다는 이야기를 뒤집어 생각하면 통화정책이 방만해지고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1973년 브레튼 우즈 체제 붕괴 이후의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여기에 해당됩니다).

셋째, 변동환율 제도 아래에서 한 나라(미국 등 거대 경제권)의 통화당국이 확장적 통화정책을 펴서 경기회복을 꾀하면 그 결과 다른 나라의 경기가 악화될 수 있다(그 가장 대표적인 예가 1985년 플라자 합의가 될 것입니다).  이 나라 통화의 가치하락과 이에 따른 수출증가는 다른 나라(1985년은 일본)의 통화가치 상승과 이에 따른 수출감소를 의미한다.  즉 변동환율 제도 아래에서는 어떤 강대국의 경기부양 정책이 다른 나라의 경기를 악화시키는 이른바 "이웃을 거지로 만드는(Beggar-thy-Neighbor Effect)"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이상의 분석을 읽다보면,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이 상당 부분 실물경제에 치우쳤음을 인지하게 됩니다.  글로벌 경기순환에 너무 얽매여 통화정책 시스템 혹은 외환시장 제도의 영향력과 변화의 의미를 제대로 깨우치지 못했던 것은 아닌가 반성하게 되는 것이지요.  조금 어려운 책임에는 분명합니다만, 최근 자본주의 경제의 불안정성을 이해하기 위해 꼭 필요한 책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즐거운 투자되시길~


목  차

머리말 - 5
제 1 장. 돈과 권력
제 2 장. 금과 야경꾼
제 3 장. 집착과 파멸
제 4 장. 불가능한 트리오
제 5 장. 가능한 미래들
제 6 장. 요점 정리 - 231
부록 : 거시 경제 통계의 출처 - 245
참고문헌 - 247
찾아보기 - 2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