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책

제대로 된 미시(micro) 조선사, <조선의 뒷골목 풍경>

억스리 2011. 4. 27. 22:51

[출처] http://book.interpark.com/blog/yegindad/1654725

 

 

[ 도서 ] 조선의 뒷골목 풍경
강명관(姜明官) | 푸른역사 | 2003/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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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적인 역사책을 굳이 분류하자면, 정사와 야사로 일단 구별할 수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정사를 선호한다. 정사에 대한 일차적인 이해 없이 야사부터 접하게 될 경우 혹시나 오해나 오류가 생길까 해서이다. 다음으로 거시사와 미시사로 나누어 볼 수 있겠는데, 미시사의 경우 부분에 치우치다보니 재미나 보편성이 떨어지고, 경우에 따라서는 야사인 듯한 오해를 줄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그러나 이 책은 조선을 미시적으로 분석하면서도 당대의 거시적 사회상을 이해하는 데 부족함이 없는 식견과 자료를 제공하며, 정사만큼 신뢰성이 있으면서도 재미있게 기술되어 있다는 점에서 추천할 만하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10여개의 소주제로 나뉘어져 있는데, 땡추에 관한 이야기, 기생에 관한 이야기, 별감에 관한 이야기 등 우리가 잘 모르는 분야를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특히 땡추의 유래와 그들의 활동에 관한 부분이나 과거제도에 관해 기술한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우연인지는 모르겠지만, 땡추와 과거에 관한 이야기는 백범 김구 선생의 백범일지에도 유사하게 소개되어 있다.

'타락과 부정으로 얼룩진 양반들의 잔치-과거'라는 chapter를 읽다보면, 조선후기 조선이 역동성을 상실한 채 망국을 향해 쇠잔해가는 근본적인 이유를 느낄 수 있다. 쉽게 말해 새로운 인재의 영입을 통해 신진대사가 이루어지지 않고, 그 나물에 그 밥 식으로 일부 명문가가 권력을 동원한 반칙으로 벼슬자리를 독식함에 따라 사회적 부정의, 불공평, 증오, 당파싸움 등이 더욱더 극심해지고 결과적으로 국력이 피폐해졌음을 알 수 있다. 과거에 관한 부정(소위 입시부정)의 태양도 가히 놀라울 정도이다. 

과거시험장의 좋은 자리, 즉 앞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몸싸움을 위해 고용되는 선접꾼, 전문적으로 대리시험을 치뤄주는 거벽, 글씨를 대필해 주는 사수, 조정이라고 하여 답안지를 빨리 내는 자에게서 급제자를 뽑는 폐단 등 몇 안되는 관료자리를 놓고 무위도식 양반들이 구름떼처럼 몰려드는 과거장에서 생기는 웃기지도 않은 행태를 보다보면 왜 학문이 높다고 하는 자들이 과거를 공개적으로 포기할 수 밖에 없었는지 이해가 되기도 한다.

성균관 근처에 자리잡은 '반촌'에 관한 이야기도 인상적이었다. 농업의 주요수단이라 하여 도살이 금지된 소를 합법적으로 도살할 수 있었던 반촌민의 유래와 그들의 생활을 읽다보면 '소'라는 동물이 조선사회에 어떠한 의미였는지 보다 알 수 있게 된다.

지은이의 말대로 역사라는 거대한 담론에 가려져있던 민초들에 관한 생생한 이야기를 교훈과 재미를 버무려 엮어낸 책이라는 점에서 추천할 만한 책이다.